천문학적인 피해규모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 우려


(사진=더블유타임즈, 제공=수에즈운하하관리청(SCA))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given)’호가 7일만인 지난 29일 선체 부양작업에 성공하여 운하 통행이 정상화한 가운데,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uez Canal Authority, SCA)는 약 10억 달러(1조 132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났다고 추산했다.

대만의 해운선사 에버그린(Evergreen) 소속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는 지난 3월 23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중 좌초됐다. 에버기븐호는 2018년 일본 이마바리(Imabari) 조선소가 건조한 길이 400m, 너비 59m, 22만t 규모로 세로로 세우면 높이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맞먹으며 약 2만 400개(2만 388 TEU,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이번 사고로 이집트 정부가 하루 1천400만 달러~1천500만 달러(약 158억 원~169억)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매체 CBNC는 해운정보업체 로이드리스트(Lloyd’s List)를 인용해 수에즈 운하의 평소 하루 물동량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이번 좌초 사고로 시간당 약 4억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물류 운송이 지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유럽 교역의 핵심 통로이며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동량은 글로벌 해상물동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이 발표한 2019년 기준 물동량은 약 12억 톤에 이른다. KOTRA 독일 함부르크무역관은 이러한 수에즈 운하가 이번 사태로 인해 멈추게 되면서 다음과 같은 2가지 사항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사진=더블유타임즈, 제공=수에즈운하관리청(SCA))

①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한차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와해를 겪은 가운데 수에즈 운하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9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1만 9000척으로 일평균 50척 이상이다. 세계선사협의회(World Shipping Council, WSC)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의 일일 최대 처리량은 106척이므로 통행이 당장 재개되더라도 현재 운하 통과를 대기하는 선박 처리에만 최소 3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일선주협회(Verband Deutscher Reeder, VDR) 언론홍보실장 크리스티안 덴소(Christian Denso)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운업의 고소도로”라면서 이번 사태로 운항을 멈춘 선박들로 인해 유가 불안과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 둔화가 불가피하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CNBC에 따르면 수에즈 항구보다 더 작은 항구들은 이번 사태로 발생한 적체 화물을 빠르기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으며, 스티븐 플린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일주일 동안 이 정도 규모의 수송이 중단된 건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황이 정리되고 정상화로 복구되기까지 적어도 60일이 걸린다"라고 예상했다.

②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해운업계와 수출기업

현재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남아공 희망봉 노선으로 선회할지, 아니면 수에즈 운하 정상화를 기다릴지 고심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남아공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 시 운항 기간이 약 7~10일 지연되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약 9000km를 더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요 시간도 수에즈 운하 통행 때의 11~16시간에서 11일로 늘어나, 대형 유조선의 경우 연료비만 30만 달러 이상에 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HMM은 선박 4척, 덴마크 머스크 라인(Maersk Line)은 15척을 남아공 희망봉 노선 우회시키는 등 글로벌 선사들이 대처 방안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선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도 희망봉 우회를 고심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의 경우 360m 길이의 대형 화물선 뉴욕 익스프레스(New York Express) 등 6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 인근 지역에 발이 묶인 상태이다. 현재 운하를 막고 있는 에버기븐호의 자매 선박인 에버그리트호(Ever Greet)도 희망봉을 경유해 유럽에 도착할 예정이다.

위와 같은 피해 규모와 우려사항에 대해 책임 소재와 피해 보상을 놓고 벌써부터 공방이 격화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정확한 피해 액수 산정에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천문학적 배상이 불가피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 우회 항로를 선택한 화물선들의 추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원 기자
desk@w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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